스페인 비발츠
육아(1) 아기 황달 치료 후기, 스페인 바르셀로나 본문
출산 3일 뒤 퇴원하고 아이가 집으로 온 지 2일 차 되는 날이었다. 퇴원하는 날 아이 몸무게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2일 뒤 한번 더 검진을 오라고 예약(Cita, 씨따)을 잡아주고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갔는데 몸무게확인을 하고 나니 아이가 황달기가 좀 있는 거 같다고 황달 검사를 받아보라며 또 응급 예약을 잡아주셨다. 같은 당일 응급실에서 세부 검진을 받았고 황달 수치를 확인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황달 수치가 높다며 아이를 바로 입원시켜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입원을 해야 한다는 소리에 뭔지 모르게 갑자기 겁이 덜컥 났었던 거 같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고 있었는데 간호사분이 울지 말라며 금방 치료되는 거라고 말해주시는데 괜히 더 울컥했었던 거 같다.
태어난 지 일주일이 채 안된 아기를 입원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너무 힘들었다. 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기를 챙기는 건 정말이지 너무나도 혹독했다. 이때 남편이 없었다면 진짜 어땠을지 상상도 못 하겠다. 입원수속을 하기 전에 몇 가지 아기 검사를 한다고 저 작은 손에 병원에서 제일 작은 바늘을 들고 핏줄을 겨우겨우 찾아 바늘을 꽂고 피를 뽑아내는 모습은 내 마음을 짓무르게 했다. 다들 겪는 황달이라고 별일 아니라고 금방 지나간다고들 하지만 나에게 황달은 별일이 아닌 큰일 같았다. 황달은 그저 피부가 노래지는 게 다라고 생각했던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 잘못하면 아이가 사망할 수도 있는 질병이었던걸 아이를 낳고서야 알았다.
그렇게 내 아이는 3일을 내리 등과 배앞쪽으로 빛을 쐬어주면서 치료를 계속계속 이어나갔고 나는 특히나 모유수유를 하고 있던터라 아이에게 시도 때도 없이 모유를 먹였어야 했는데 치료 때문에 모유를 제대로 주지 못하고 병원에서 주는 액상분유를 3시간마다 수유해 주었다. 어찌 보면 이때부터 모유를 끊으라는 신의 계시였는지도 모른다. 지금은 분유를 먹고 쑥쑥 크고 있는 유진이지만 저때는 알 수 없는 사명감에 모유를 먹여보겠노라고 다짐하고 다짐했던 시기라 모유를 못주는 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분유를 중간중간 주면서 트림은 또 시켜야 하는데 치료는 계속 받느라 트림도 제대로 못 시켜주고... 또 치료 때문에 옷 한올 못 걸치는 내 아이를 보고있자니 정말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남편도 나도 마음고생 몸고생이 많았던 3일이 금방인듯 아닌 듯 지나가면서 보호자음식이 따로 나오지 않는 아이병동에서 매일매일 밥을 사 먹고 드디어 퇴원하는 날이 다가오니 드디어 내 아기와 집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도 많이 기뻤다. 내 아이, 남편 그리고 내가 온전히 우리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날이 다가왔기도 했고 뭔가 병실에서 지내면서 아무래도 많이 불편했다. 또 모유가 시도 때도 없기 갑자기 나오는 통에 있는 옷가지들을 모두 망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집으로 가서 편하게 아이를 보고 싶었다.
유진이가 치료받는동안 하루에 몇 차례 씩 황달 수치를 재갔는데 시간마다 떨어지는 수치를 보면서 공대 나온 남편은 한 시간에 얼마씩 떨어졌기 때문에 대충 몇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갈 수 있다며 서로 행복회로도 엄청나게 돌리는 나날이었다. 아이 발에 한 번에 감기지 않아 두 번을 감아야 했던 네임태그에 적혀있는 '나이:0세'를 보면서 또 한 번 마음이 아프기도 했고 계속 치료를 받는 통에 하루에 몇 번 깨서 겨우 보는 엄마 아빠 얼굴을 스펀지 안경에 가려서 안경이 잠깐 뜨는 그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것만 느껴야 했던 우리 아기.
또 치료받으면서 계속 빛을 쐬고있어서 그랬는지 탯줄도 빨리 떨어졌다. 모든 게 처음이었기에 탯줄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기저귀를 갈아주다가 탯줄이 떨어졌을 때는 덜컥 또 겁이 나서 금방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는 당연하게도 떨어진 탯줄을 보관해서 우리에게 주고 떨어진 배꼽 부분을 소독해 주셨다. 나는 탯줄이 떨어지면 배꼽은 그냥 바로 말라 있는 줄 알았더니 그건 또 아니어서 그것도 그거대로 신기했었다. 배꼽이 바싹 마른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뭔가 계속 닦아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었는데 또 간호사 선생님이 그건 또 아니라고 하시니 그저 말해주신 대로 따라 배우는 엄마가 될 수밖에 없었다.
태어난 지 며칠 안된 걸 뽐내기라도 하듯이 보여주는 저 털들 ㅋㅋㅋㅋㅋ 지금은 모두 솜털이 되어 저때의 내 아이 모습을 보지도 못하지만 다시는 내 아이가 아프지 않았으면... 수치가 점점 내려가 주어서 곧 퇴원할 수 있다는 간호사분의 말씀에 정말 일희일비하면서 똑딱거리는 시계를 쳐다보며 얼른 퇴원할 수 있는 시간이 다가오기를 바랐던 거 같다. 그렇게 한 3~4일 정도를 내리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집으로 돌아가서는 남편이랑 나랑 집에 도착하자마자 서로 꼭 끌어안았다. 드디어 집에 왔다면서 ㅋㅋㅋ 어쨌든 우리 아들이 살아가면서 아주 안 아플 수는 없단 걸 알아도 그 아픔이 금방 지나가 주기를 바란다. 항상 엄마아빠랑 행복하자 우리 아들.
'스페인 일상, 이모저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부가부 폭스3 (Bugaboo Fox3) 유아차 4개월 사용후기 (0) | 2023.01.11 |
---|---|
육아(4) 가을이의 말 그대로 폭풍성장 (3) | 2023.01.09 |
일상조각(1) (0) | 2023.01.03 |
육아(3) 3개월 스페인 한국 혼혈아기, 100일의 여정 (0) | 2023.01.02 |
육아(2)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아과 후기, Pediatría (1) | 2023.01.01 |